AI 자동화 외주 #1 자동화 외주 첫 미팅에서 범위 줄이는 법

AI 자동화 외주1편 중 1번째

이미 손에 익은 방식으로 주문을 받는 곳은 기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새로 배우는 부담 때문에 시스템을 안 바꾼다. 기능 목록을 짜기 전에 지금 주문이 오가는 단계를 세어본다.

인도네시아로 물건을 대신 사서 보내주는 대리구매 일에 자동화를 넣기로 하고 주문 웹페이지를 만들고 있었다. 미팅을 다녀와서 그 페이지를 상품 안내용 바우처로 줄였다. 퇴사하고 AI로 회사를 만드는 중이고, 이 건이 첫 납품 후보다.

만들어 간 것이 이번 회차에 채택되지 않았다

주문을 웹에서 받고 그 뒤를 자동으로 잇는 그림이었다. 미팅에서 웹페이지 자체 반응은 좋았다. 그런데 결론은 도입이 아니었다.

미팅에 들고 간 주문 페이지. 캠페인 이름과 마감까지 남은 시간, 주문 26건, 마감·출발·도착 날짜 세 칸이 첫 화면에 서 있다.

사유가 기능이 아니었다. 지금 쓰는 시스템이 손에 익어서 새로 배우는 게 부담이라는 말이 나왔고, 인도네시아의 구매 관행상 폼에 적어 주문하는 방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붙었다. 기능을 더 붙였어도 이 두 문장은 그대로였을 것이다.

나는 기능 목록을 들고 갔다

내가 준비한 건 “이것도 됩니다, 저것도 됩니다”였다. 상대가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내 말뿐이었고, 눈앞에 돌아가는 것이 없으면 말로는 설득이 안 된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다.

되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말이다. 이미 손에 익은 방식이 있는 사람은 새것이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로는 안 바꾼다. 버릴 만큼 더 쉬워야 바꾼다.

이 함정의 조건과 증상

조건은 상대에게 이미 매일 굴러가는 주문 방식이 있고, 내가 만든 것이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형태일 때다. 증상은 화면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페이지를 보여주면 좋다고 하는데 결론이 도입으로 안 가고, 거절 사유를 물으면 기능 목록이 아니라 “지금 쓰는 게 편하다”가 돌아온다. 기능이 모자라서 막힌 줄 알면 다음 미팅에 기능을 더 들고 가게 되고, 그러면 같은 자리에서 한 번 더 막힌다.

회피법은 기능을 세는 대신 단계를 세는 것이다. 지금 주문 하나가 들어와서 끝날 때까지 상대가 손으로 밟는 단계를 적고, 내 화면이 그보다 몇 단계 적은지를 보여준다. 그 숫자를 못 만들면 시스템을 갈아 끼우는 일은 접고 기존 흐름에 얹히는 역할로 범위를 줄인다.

미팅을 마치고 그날 밤에 내가 적어둔 말은 이랬다.

회사의 특성을 정말 더욱 디테일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내가 좋다해도 당장 미팅할때 애기하는걸 할수있다해도 그사람들이 당장 눈앞에 보이지가 않으면 믿질 않는거 같다

다음 미팅에 대입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면 세 줄이 된다. 상대가 지금 주문을 받는 순서를 단계로 적었는지, 그 방식이 그 나라에서 원래 쓰던 방식인지, 미팅 자리에서 돌아가는 화면을 켜서 보여줄 수 있는지, 셋 중 하나라도 비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도입 결정을 기대하지 않는다. 이번에 나는 셋 다 채우지 못한 채로 들어갔다.

이미 굴러가는 업무에 새 시스템을 넣으려 한다면, 기능 명세를 쓰기 전에 상대가 지금 주문을 어떤 순서로 받는지 단계로 적어보세요. 저는 그걸 안 적고 미팅에 들어갔다가 페이지 하나를 통째로 줄였습니다.

줄인 범위

주문서 역할은 버리고 상품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바우처까지만 만든다. 주문과 정산 자동화는 꺼둔다. 11월 말에 담당자가 한국에 와서 1차 대리구매를 함께 하기로 했고, 지금으로선 그 자리가 가장 값싼 설득 수단이다. 옆에서 같이 하면서 어디서 손이 멈추는지 보면 단계 수를 실제로 셀 수 있다.

1차 납품 일정이 11월 말로 정해졌고, 만들어 간 주문 페이지는 이번 회차에 채택되지 않았다.

일정이 “11월 말 시범”과 “12월 한국 동행” 두 개로 흩어져 있던 것을 11월 말 1차 하나로 통일했다. 11월 말에 담당자가 옆에서 직접 볼 바우처 화면의 범위부터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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